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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트럼프즘까지: 미국 패권의 변주와 보호무역의 귀환

by Pone_ 2025.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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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의 자유무역 체제가 추락하고 보호무역의 시대가 본격화되는 현실 속에서, 트럼프 정책의 역사적 뿌리와 경제적 함의를 분석한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탄생에서 달러 패권의 한계, 제조업 공동화까지, 미국이 선택한 '자급자족 경제'의 충격파를 탐구한다.

브레튼우즈 체제: 자유무역의 뿌리와 미국 패권의 탄생

1944년 브레튼우즈 회의는 전후 세계 경제 질서를 달러 중심으로 재편하는 분수령이었다. 금 1온스=35달러의 고정환율 체제 하에서 달러는 기축통화로 부상했고, IMF와 세계은행은 자유무역 확산의 도구가 되었다14. 이 체제의 본질은 **"금융 권력을 런던과 월스트리트에서 워싱턴으로 이전하는 것"**이었다1.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는 달러 패권이 초래할 글로벌 불균형을 경고했지만, 미국의 압도적 생산력 앞에서 그의 목소리는 묻혔다4.

전후 미국은 마셜 플랜으로 유럽 재건을 주도하며 자유무역을 전방위로 확산시켰다. 1947년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결은 다자간 무역 체제의 초석이 되었고, 1995년 WTO 출범으로 이어졌다26. **"미국 시장에의 접근"**은 친미 국가들의 성장 동력이 되었고, 한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도 이 구조 위에서 번영했다6.

자유무역의 역설: 미국 제조업 공동화와 달러의 모순

그러나 이 체제는 미국에게는 이중적 고통이었다. 세계 무역의 40%를 차지하는 달러의 공급을 유지하려면 만성적 무역적자가 필연적이었고, 이는 제조업 해외 이전으로 이어졌다. 1971년 닉슨의 금-달러 태환 중지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공식적 종말을 알렸지만, 달러 패권은 오히려 강화되었다1.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중국·멕시코 등으로의 산업 이전을 가속화시켰고,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는 2000년 이후 500만 개가 증발했다1217.

케인스의 예언대로, 달러 패권은 글로벌 불균형을 양산했다. 2024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9,11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중국과의 무역적자만 3,820억 달러에 달한다79. 이는 달러가 여전히 세계 준비통화의 59%를 차지하는 동시에(IMF, 2023), 미국이 그 비용을 짊어져야 하는 모순적 구조에서 비롯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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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즘의 충격: 보호무역주의의 경제학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이 같은 구조적 모순에 대한 반작용이다. 그의 정책 핵심은 **"관세를 통한 산업 재편"**이다. 2025년 1월 취임 직후 발표된 '보편관세'(수입품 10~20% 부과)와 중국산 60% 고율관세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보호무장 조치다311.

"관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 도널드 트럼프,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

경제학자들의 경고에도 트럼프가 관세를 고수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골드만삭스 추산에 따르면, 관세로 연간 3,000억 달러의 세수가 창출되며11, 이는 감세 정책의 재원으로 직결된다. 또한 철강·반도체 등 전략 산업 보호를 통해 2030년까지 25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17. 하지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이 관세가 미국 가구당 연간 2,600달러의 추가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11.

역사의 아이러니: 미국 보호무역의 DNA

흥미롭게도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 역사의 오래된 전통을 반영한다. 19세기 초 알렉산더 해밀턴은 '제조업 보고서'(1791)에서 **"유아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필수"**를 주장했다. 1861-1934년 모릴 관세법은 평균 관세율 45% 이상을 유지하며 미국 산업화의 토대를 마련했다10.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평균 관세율 60%)은 대공황을 악화시켰지만, 이는 당시 제조업 비중 25%의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1016.

"미국은 건국 이후 150년간 보호무역으로 성장했다. 자유무역은 1945년 이후의 일시적 실험일 뿐이다"
- 경제사학자 폴 베어록, 『현대 산업 체제의 성립』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재조명된다. 2025년 현재 미국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은 GDP의 11%로, 1953년 28% 대비 급락했다1215. '제조업 르네상스'를 외치는 바이든 행정부도 2022년 반도체법(CHIPS Act)으로 2,800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실질적 성과는 미미하다12.

한국 경제의 교훈: 블록화 시대의 생존 전략

트럼프의 관세 장벽은 한국에 직접적 타격이다. 2024년 대미 수출 비중은 16.7%로, 중국(25.3%) 다음이다. 특히 반도체(55%), 자동차(22%) 등 주력 품목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818.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보편관세가 한국 GDP 성장률을 0.5~1.1%P 낮출 것으로 전망한다8.

이에 대한 대응은 다각화되어야 한다. 첫째, EU·동남아 시장 다변화로 미국 의존도를 10% 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다. 둘째, 중국 내수시장 공략보다는 베트남·인도 등 신흥 공급망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관세 회피를 위한 현지 생산 확대(如 현대차 조지아 공장)가 필수적이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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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패권 재편의 시대, 불확실성 관리

트럼프의 보호무역이 초래할 글로벌 경기 침체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2025년 2월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5개월 연속 위축세를 기록했고15, 유로존과 중국의 제조업도 각각 45.8, 49.1로 부진하다1516. 이는 1930년대의 관세 전쟁을 연상시키며, 세계 무역량 감소→생산 위축→고용 악화의 악순환을 경고한다.

그러나 미국의 지리적·자원적 강점은 여전하다. 세계 최대의 셰일가스 생산국이자 곡물 수출 1위인 미국은 자급자족 경제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17. 문제는 이러한 '미국 우선주의'가 초래할 글로벌 불균형이다. 한국은 **"경제적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주권(반도체, 배터리)과 에너지 안보(원자력, 재생에너지)에 전략적 투자를 가속화해야 할 시점이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으나 운율은 닮는다"
- 마크 트웨인

자유무역의 황금기가 끝나가지만, 이는 새로운 질서의 시작일 뿐이다. 국가별 블록화와 공급망 재편은 위기이자 기회다.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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